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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모트 생각

7시간 노동제를 향하여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300명 이상인 기업은 올해 4월부터 제도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최대'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맞는 표현이죠.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주 40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 52시간은 일주일은 7일이라는 당연한 얘기를 명문화함으로써 주 7일 동안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임을 분명히 한 것뿐이니까요. 

 

(개정)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 <개정 2018.3.20 >

 

< 이런 당연한 얘기를.... oo > 

 

대통령후보자의 슬로건으로 등장해 지금도 자주 회자되고 있는 '저녁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시간의 단축이 필요합니다. '워라밸'도 마찬가지죠. 인간은 노동하는 기계가 아니고 노동은 비굴한 밥벌이 차원으로 무시되어서도 안되니까요. 그래 봤자 주 35시간 노동을 하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만, OECD 국가 중 오랫동안 압도적 1위를 지켜온 세계 최장시간 노동 분야에서 내려오기 위한 의미있는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문화되어있던 최대 주 52시간 노동제를 공식화하자마자 온갖 언론과 기업, 정치권까지 나서서 경제가 망한다고 걱정같은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어려운 판에 최저임금도 오르고 노동시간까지 제한받게 되었으니 기업의 수익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더욱 올라가고 경기는 더욱 어려울 질 거라는 주장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 주장이 낯설지 않습니다. 바로 2004년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근로일수 단축이 생산성 저하와 실질적인 임금 상승효과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5일 근무제를 통해 확보된 여가시간의 활용으로 각종 문화, 여행, 식음료,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었습니다. 일개 기업 차원에서는 손해가 날 수도 있지만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의 총량을 따졌을 때는 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문제도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도 줄어듭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은 변동이 없는데 업무량은 줄어들었으니 손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야근할 거 굳이 규정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틈틈이 커피마시고 잡담하고 담배도 피우러 나가고 인터넷도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때웁니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시간당 생산성은 높지 않습니다.

 

쉴 틈 없이 일을 시키는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잦은 야근은 심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립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거나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이 줄어드니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스킬만 늘어날 뿐입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를 수행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생산성을 높일 수 없습니다. 노동시간을 늘려서 양으로 때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일단 노동과 휴식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조건입니다. 업무량은 동일한데 사람을 더 뽑을 여력은 없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은 힘들 수 있습니다. 일종의 금단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조건이 바뀌었으니 이 조건을 상수로 놓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방식으로 경영하고 일을 하면 편합니다. 하지만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것에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이라는 늪으로 빠지게 됩니다. 시장의 변화, 기술의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에 둔감해집니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정체와 퇴보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휴모트는 야근없는 근무 환경에 머물지 않고 7시간 노동제를 구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왜냐고요? 7시간만 일하면 좋잖아요^^

남는 시간에 자기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고 취미 활동도 누릴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밀도있게 효과적으로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의 목적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Why?  

그런 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리합니다. What! 

그리고 어떻게 할지 다양한 방법들을 나열하고 선택합니다.  How. 

일단 이 세가지 질문이 습관이 되도록 익히고 실행합니다. 그리고 실행 후 평가를 통해 다시 더 나은 방식으로 수행하는 선순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합니다. 

 

이미 세상은 지식 노동의 시대입니다.

콘텐츠든 제조업이든 업종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생각하는 힘, 그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7시간 노동제는 필요하고, 7시간 노동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휴모트가 생각하는 노동시간과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